베토벤 교향곡 제3번 Op.55 ‘영웅’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은 베토벤의 본격적으로 창조력을 분출시키기 시작하던 1804년에 작곡된 곡이다. 고전주의 시대의 양식을 완성하고 나아가 시대의 관습을 초월하는 음악적 혁신이 동시에 드러나는 작품이다. 당시까지 작곡되었던 고전기의 교향곡과는 너무나 다른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구성과 거대한 규모를 가진 작품이며, 교향곡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촉발시킨 명작이다.

Beethoven
Ludwig van Beethoven

현재까지도 이 교향곡은 음악 역사상 최고의 교향곡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으며 2016년 <BBC Music Magazine>에서 전세계 저명한 현역 지휘자 151명에게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향곡을 설문조사한 결과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이 1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2위는 합창 교향곡.

1. 작품의 개요 및 배경

인간의 해방을 부르짖던 베토벤의 일면을 찾아볼 수 있는 곡이다. 1789년 일어난 프랑스의 혁명에서는 코르시카 섬 출신의 일개 포병 사관이었던 나폴레옹이 반란을 평정하고 국내 최고 사령관 이 되었다. 민중의 권리를 옹호하고 자유의 정신에 불타 있던 베토벤은 프랑스 혁명을 흥미 있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당시 빈에 주재하고 있던 프랑스 대사와 대사관의 비서이자 바이 올리니스트였던 루돌프 크로이쩌로부터 프랑스에 자유와 질서를 가져온 나폴레옹의 업적에 대해 자세히 들을 기회가 있었다. 플라톤의 ‘공화국’을 숙독한 바 있었던 베토벤은 이 시대의 영웅의 자태를 보여준 나폴레옹을 자신의 작품으로 찬미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33세 때인 1803년 여름 이 교향곡의 작곡에 착수하여 1804년 봄에 완성시켰다. 스코어의 표지에는 ‘보나파르트’라고 썼으며 밑에 자신의 이름 ‘루비트비히 반 베토벤’이라 적어 이를 프랑스 대사관을 통해 파리로 보 내려고 할 무렵,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었다는 소식이 빈에 퍼졌다.

이 소식에 분개한 베토벤은 그 사본의 표지를 찢어 버렸다고 한다.
“저 사나이도 역시 속된 사람이었어. 그 역시 자기의 야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민중의 권리를 짓 밟고 누구보다도 심한 폭군이 될 것이야.”
라 고 외치면서 말이다.

이후 다시는 나폴레옹에 대해 언급도 안 했다는 그는 2년 뒤 이 곡을 출 판하면서 ‘한 사람의 영웅을 회상하기 위해 작곡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17년 후 나폴레옹이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죽었다는 보도를 듣고 비로소 ‘나는 그의 결말에 어울리는 적절한 곡을 써 두었다’ 라고 했다는 베토벤. 이는 이 작품의 제2악장에 있는 ‘장송 행진곡’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2. 작품의 구성 및 특징

 

1악장 : Allegro con brio 내림 마 장조 3/4 박자

 

장대한 제1악장은 우선 그 당당한 구성에 압도된다. 이것은 소나타형식으로 쓰여졌지만 전개부들은 종래의 관념을 완전히 깨뜨리고 제시부의 배나 되는 규모를 갖는다. 소나타 형색의 권화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악장은 주제의 새로운 활용법, 활발한 운동성, 극적인 수법 등 그의 종횡무진한 테크닉과 다채로운 악상이 넘쳐 흐른다.

소나타 형식. 그러나 규모가 크고 두 개의 주제가 의외로 다양하고 풍부한 악상을 지니며 이들 재료를 낱낱이 구사하고 있다. 1주제는 첫 부분의 강력한 두 개의 화음 후에 저음역의 현악기에서 엄숙하게 등장한다. 2주제는 부드럽고 온화하게 클라리넷으로 연주되며 바이올린으로 옮겨간다.

발전부는 매우 정성스럽게 대위법적으로 짜여지며, 극적인 힘을 지니고 커다란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공식적으로 제시부의 재료를 다시 출현 시키는 재현부 후에 또 다른 새로운 발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충실한 코다가 나오고 이 당당한 악장을 마무리한다.

2악장 : Adagio assai 다 단조 2/4

 

유명한 제2악장은 영웅의 이미지와 죽음이 합치된 서사시로서 종교적 정화를 느끼게 해준다. 또 장중한 장송 행진곡 부분도 훌륭하지만 마지막 심판 나팔을 연상케 하는 듯한 시그널로 시작되는 웅대한 푸가 부분도 마음을 울렁거리게 한다.

자유로운 3부 형식. {장송 행진곡}의 악장이다. 현의 주제가 나타나며 장중한 걸음걸이로 나아간다. 중간부는 다장조로 밝아지며, 영웅의 생전의 업적을 기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 후 제1부의 주요 선율이 다시 나타나며 그에 토대를 둔 푸가토가 차례대로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다시 주요 선율이 모습을 보이며 슬픔과 체념을 품은 채 곡을 중단하고 인상깊게 마무리한다.

 

3악장 : Allegro vivace 내림 마 장조 3/4

A – B – A의 3부 구조를 취했으며, 「제 9 교향곡」제 3악장의 선구를 이루는 것으로 되어 있음, 본격적인 스케르쪼인 제3악장엔 트리오 부분에 호른이 사용되는 등 베토벤 특유의 발랄한 주제가 구사되어 있다. 3부 형식. 1부는 빠른 스타카토의 움직임으로 시작하며, 차츰 힘을 증대시켜 간다. 중간부 트리오는 호른의 선율로 매우 아름답다. 그리고 다시 1부가 반복된다.

3부 형식. 1부는 빠른 스타카토의 움직임으로 시작하며, 차츰 힘을 증대시켜 간다. 중간부 트리오는 호른의 선율로 매우 아름답다. 그리고 다시 1부가 반복된다.

 

4악장 : Allegro molto 내림 마 장조 2/4

같은 베이스의 선율형을 자유롭게 몇 차례 반복하여 그 위에 변주를 쌓아나가는 파사칼리아와 비슷한 형태를 취한다. ff로 격렬히 연주되는 서주 후에 피치카토의 1주제를 중심으로 하여 베이스에서 몇 차례 반복된다. 이 것은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끝 곡에 베이스에서 빌려온 것이다. 이윽고 가볍고 평온한 2주제가 등장한다. 전체적으로는 푸가토와 그 밖의 대위법적인 기교들이 나타나며 커다랗게 정점을 향해 진행한다. 거기에 긴장이 풀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한 번 압도적인 코다로 전곡을 마무리하게 된다.

베 토벤이 음악계 선배들의 영향을 받아 모방적인 음악을 만들던 시기를 벗어난 첫 작품으로 평가되는 이 곡은 그만의 강한 개성과 힘의 균형이 훌륭하게 나타나는 곡이다. 후에 바그너는 이 곡의 4개의 악장을 ‘활동, 비극, 정적의 경지, 사랑’이라고 평하면서 참된 베토벤의 모습이 이 곡 안에 다 있다고 했다.

Muti Chicago Orc.
Muti Chicago Orchestra

3. 초연

일단 1803년에 완성한 뒤 이듬해 12월에 자신의 후원자였던 로브코비츠 공작의 집에서 소규모 편성한 악단으로 비공개 시연했다. 공개 연주회는 1805년 4월 7일에 빈에서 진행했는데, 워낙 규모가 크고 파격적인 형태의 작품이라 전작 교향곡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상기한 로브코비츠 공작 집에서의 비공개 초연을 다룬 BBC제작의 2003년작 TV영화가 있는데, 전대미문의 혁명적인 곡을 처음 듣게된 소수의 감상자와 연주자들의 음악적인 충격과 초연당시에 귀족들이 느낄 수밖에 없었던 이 곡의 급진적인 정치적인 분위기에 대한 반응을 비교적 흥미롭게 그렸다.(영화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 실제 단원들이 일부 출연해서 연주(연기)했고 사운드트랙은 존 엘리엇 가디너가 지휘했다)

 

4. 추천음반

명성만큼 뛰어난 연주가 많아 4장 외에도 명연이 수두룩하다. 칼 뵘(DG)의 연주 중에는 베를린필과의 연주가 뛰어나다. 베를린필의 중후한 음향과 공격적인 진행이 인상적이다. 줄리니(DG)의 연주는 유려한 흐름과 서정적인 전개가 돋보이인다. 카라얀(DG)의 80년대 녹음 역시 디테일한 표현력과 특유의 화려한 색채감각, 박력으로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하이팅크와 LSO의 연주는 명확함이 빛나는 연주로 미세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작품을 지휘했다. 이외에도 푸르트뱅글러, 토스카니니의 명연도 빼놓을 수 없다.

칼뵘 줄리니 카랴얀 하이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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