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제7번 Op.92

이 작품은 베토벤의 중기 창작기에 속하며,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바로 이 전의 교향곡들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베토벤은 이 교향곡에서 다시 정통 교향곡으로의 회귀를 보여주고 있다.

“투쟁과 승리”라는 도식의 《5번 “운명”》이나 “자연에 대한 찬미”가 중심 주제인 《6번 “전원”》과 달리, 이 교향곡에서는 경괘한 장단과 리듬을 앞에 내세우는 무곡 형식의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있어, 당대건 후대건 이 작품을 평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춤이나 춤곡, 축제 등의 흥분되고 들뜬 모습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Beethoven
Beethoven

특히 4악장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더욱 부각된다는 평을 받는다. 반대로 가장 대중들에게 익숙하고 유명한 악장인 2악장에서는 다소 음울하고 우울한 성격을 띈다.

후속작인 8번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작업했는데, 대략 1811년 말에 착수해서 1812년 4월(혹은 5월)에 완성했다고 되어 있다. 이 시기 동안 베토벤은 빈이 아닌 보헤미아 지방의 테플리츠(현 체코 테플리체)에서 요양하고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베토벤 불멸의 연인 논쟁의 마지막 단서도 여기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이 곡들과 모종의 연관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가들도 있다.

헌정은 베토벤의 후원자 중 한 사람이었던 은행가 프리스 백작에게 행해졌다.

1. 작품의 개요 및 배경

이 곡은 1811년 가을부터 작곡하기 시작하여 다음 해 5월 완성되었다.
그 전 교향곡인 6번(1808년 완성) 작곡 이후 3년 이상 교향곡 작곡에서 멀어져 있던 셈이 되는데, 이 기간 동안 베토벤은 여러 가지 어려움과 변화를 겪게된다.

먼저 1809년 5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의 전쟁으로 나폴레옹 군대가 빈을 침입하였는데, 이 때문에 베토벤의 후원자들이 빈을 피해 도망을 가 베토벤은 재정적 후원을 받지 못했으며, 정신적으로도 안정을 갖지 못했고 따라서 창작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해 11월 나폴레옹 군대가 물러가 다시금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고 건강도 좋아지기 시작하였다.

Therese Malfatti
Therese Malfatti

한편, 1809년 무렵 베토벤은 테레제 말파티라는 대지주의 딸을 알게된다.
1810년 베토벤은 테레제를 위해 유명한 <엘리제를 위하여>를 작곡 하였는데, 이 둘의 관계는 20살이 넘는 나이차이 등으로 결국 파국으로 끝난다.

1811년에 접어들어 베토벤은 다시 건강이 악화되어 휴양을 위해 온천이 있는 테프리츠로 간다. 이 곳에서 안정을 되찾은 베토벤은 다음해 다시 이곳을 방문하게 되는데, 실연 후 조금은 투쟁적으로 변모해 있던 베토벤은 테프리츠에서의 생활로 안정을 찾을 수 있었고 이런 즐겁고 밝은 기분이 교향곡 7번 작곡에 반영되었다. 사실 1811-1812년의 작품은 이런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거의 밝은 작품이 대부분이다.

자극적이고 광란에 넘치며 흥분시키는 교향곡

베토벤의 9개 교향곡중 별명이 붙어있는 3번 “영웅”, 5번 “운명”, 6번 “전원”, 9번 “합창”이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다하겠지만 교향곡 7번은 베토벤 교향곡을 하나만 꼽으라는 설문조사에서 높은 득표를 보일 만큼 클래식 음악을 본격적으로 듣는 이들에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명곡이다.

베토벤은 일찌기 “나는 인류를 위해 좋은 술을 빚는 바커스(술의 신)이며 그렇게 빚어진 술로 사람들을 취하게 해준다”라 고 했다 하는데 그의 수많은 걸작 중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그의 7번 교향곡이다. 정말로 곡을 듣고 있노라면 예외 없이 사람을 흥분시키고 또한 술에 취했을 때마냥 용기에 넘치는 힘을 느끼게 해주는 불가사의한 곡이다.

이곡의 1, 4악장을 가르켜 베토벤이 술에 취해서 작곡된 것이 아닌가 하고 훗날 슈만의 아내 클라라의 아버지인 프리드리히 비크가 비꼬았다고 하는 데 이는 ‘술은 나쁜 것이다’라는 말이 틀리듯이 어리석은 비평이 아닐 수 없다. 이말을 돌리면 건강한 취기를 용납할 수 없는 앞뒤로 꽉 막힌 분이라면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좋아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는 예측은 가능하다.

리스트가 이 곡을 가리켜 “리듬의 화신”이라 했고, 교향곡 7번에 대해 바그너는 [춤의 성화(聖化)]라 고 하면서 밝고 명쾌한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하였다. 동시에 이 곡에는 강한 의지나 음악의 주장에 대한 관철이라는 요소도 존재한다. 교향곡 3번이 귓병에 대한 절망을 떨치고, 5번이 바깥 세상으로부터 느낀 실망감에서 작곡하였다면, 7번은 전쟁과 실연을 극복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Poco sostenuto – Vivace 4/4박자, 소나타형식

도입부

전체 관현악의 투티(f)로 시작되서 침착하게 pp로 상승하는 음계가 길게 이어지다 크리센도 되면서 최초의 관현악 폭발은 ff로 이뤄진다. 이어 오보에에 의한 노래이후 다시금 관현악은 ff로 폭발하고 이를 수반한 현의 상승은 관들의 sf로 장식되어진다. 뒤이어 비바체의 도입부 역할을 하는 부분이 나온다.

제시부

  • 제 1주제 플룻과 오보에에 의해 1악장에 일관되게 등장하는 리듬이 제시되고 곧이어 플룻이 경쾌한 제 1주제를 노래한다 . 목관에서 바이올린으로 주제가 옮겨지면서 이내 ff로 금관과 팀파니가 참여하여 호른과 바이올린은 제 1주제를 트럼펫과 팀파니및 저음현은 리듬을 노래한다 . 이후 미쳐서 날뛰는 듯한 양상이 되어 간다.

  • 제 2주제 플룻과 제 1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제 2주제 역시 역동적인 것이다. 곧이어 겹8분 음표들로 구성된 리듬 부분을 거친후 클라리넷-바순-오보에-플룻으로 이어지는 크리센도후 ff로 종결부로 이어진다.

  • 종결부 관악기와 팀파니에 의해 앞서 언급한 그 리듬을 ff로 계속 연주하다 제 1주제에 맞춰 신경질적으로 거듭되는 ff로 제시부를 맺는다. 이 제시부는 악보에는 반복표시되어있으나 70년대 이전 녹음들은 대부분 반복은 생략한다.

전개부

앞의 리듬을 철저히 되풀이하면서 발전되어나가다가 254째 마디에서 트럼펫에 의해 주도되는 엄청난 클라이막스를 만든 후 현에 의해 추스러진 다음 재현부로 이어진다.

재현부

제 1주제와 제 2주제를 충실히 재현한 후 다시 1악장의 리듬에 의한 강한 클라이막스를 ff로 만든 후 p로 음량을 갑자기 줄인 후 코다로 이어진다.

코다

주요 리듬과 제 1주제로 장쾌한 코다를 만든후 화려하고 통쾌하게 끝을 맺는다.

제2악장 Allegretto 2/3박자, 론도형식

제1주제부

목관부가 2마디를 화음으로 울려 안정감을 준뒤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가 끌리는 듯한 주제를 제시한다. 곧 애수를 띈 이 주제 위에 비올라와 첼로가 아름다운 선율을 노래한다 . 이후 이 두가지 흐름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목관도 참가하야 크리센도 되다가 금관과 팀파니가 ff로 참가하고 클라이막스를 이룬 후 점점 여리게 잦아든다.

제2주제부

클라리넷과 바순에 의한 온순한 선율이 제 2주제를 담당하고 현이 크리센도로 참가하면서 금관과 목관이 ff로 주고 받으면서 제1주제가 다시 등장한다.

제1주제부
(푸가에 의한 작은 전개부 붙임) 앞서의 제 1주제와 선율이 동시에 나타난다. 제 1바이올린과 제 2바이올린으로 푸가토풍으로 발전되며 수를 늘려가다 끝에 ff로 투티하고는 종결부로 들어간다.

제2주제부(재현) 종결부는 제 2주제부를 재현되다가 코다부분으로 발전된다.

제1주제부
(최후 제시) 제 1주제를 최후로 들려주면서 마친다.

제3악장 Presto, 3/4박자, 트리오를 2번 낀 스케르초

스케르초 주제

갑자기 f로 떨쳐버리듯 거칠게 되풀이 되다가 p로 급변한 주제로 시작된다. 곧 크리센도 되어 ff로 금관과 팀파니가 동시에 사분음표 9개의 리듬을 빠르게 반복하면서 시원한 분위기를 만든후 사분음표 3개의 리듬을 확인시키면서 트리오로 넘어간다. 스케르초를 반복하도록 지시되어있으나 역시 1악장의 제시부처럼 반복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트리오

트리오는 템포가 느려지면서 클라리넷이 노래하는 선율을 기초로하고 있다. 후반부의 큰 클라이막스 이후 다시 스케르초로 넘어간다가 다음과 같이 트리오를 거쳐 다시 스케르초로 돌아온다.

스케르초 주제
-재현 트리오 재현-스케르초 주제 반복 후반부에는 프레스토로된 4마디의 ff부분이 종지의 화음을 4번 울린 후 이내 끝난다.

제4악장 Allegro con brio, 2/4박자, 소나타 형식

제시부

먼저 강하게 4악장의 주제 리듬을 제시해본 후 총휴지, 다시 이를 반복한 후 미친 듯한 제 1주제로 돌입한다.

  • 제 1주제 바이올린에 의한 제 1주제는 약박에 sf가 표시되어 있고 이와 함께 sf로 관악기들이 강하게 찔러준 다음 관에 의해 4악장 주제 리듬이 제시된다 . 이 리듬은 곧 금관과 팀파니를 위주로 반복해서 강조된다.

  • 제 2주제 f로 끝맺은 제 1주제부에 이어 단조로 전조된 제 2주제가 바이올린에 의해 제시된다.

  • 종결부 ff로 모든 관악기들이 거침없이 광란의 도가니로 몰고가면서 4악장의 주제 리듬을 강하게 반복하면서 전개부로 넘어간다.

전개부

전개부는 제 1주제를 중심으로 발전되어져 있고 역시 주제 리듬을 강하게 반복하면서 재현부로 넘어간다.

재현부

재현부에서 제 1주제와 제 2주제를 재현한후 코다로 이어진다.

코다

코다는 제 1바이올린과 제 2바이올린을 중심으로 선율을 주고 받는 가운데 팀파니와 트럼펫이 f로 찔러주면서 점점 긴장을 고조시켜 나가다가 ff로 일단계 폭발이후 결국 fff로 최고조에 이른후 다시 크리센도를 거쳐 두번째 fff로 이어진다. 곧 ff로 모든 관현악의 투티로 장대하게 끝마친다

3. 초연

이 곡은 1813년 12월 8일에 빈에서 열린 자선 음악회에서 처음 연주되었는데, 하나우 전투에서 부상당한 오스트리아 병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개최된 공연이었다. 베토벤 자신도 그렇고 공연을 기획한 사람들도 그렇고 꽤 공을 많이 들였는데, 이 때 관현악단에서 연주한 이들 중에는 후기 현악 4중주 보급에 크게 이바지한 바이올리니스트 이그나츠 슈판치히 등의 명연주가들 외에 당대 혹은 이후의 유명 작곡가들까지 있어서 꽤 흥미롭다.

하지만 난청이 한층 심해진 데다가, 당대 악기로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힘과 스피드를 얻기 힘들자 리허설 때 꽤 짜증을 낸 모양이었다. 바이올린 연주자로 참여했던 루이 슈포어의 증언에 따르면, ‘약하게 연주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아예 보면대 밑으로 기어들어갔고, 강한 부분에서는 펄쩍 뛰어올라 고함을 치기까지 했다’ 고 한다.

베토벤이 지휘대에서 쌩쑈를 했던 어쨌건, 음악회는 한층 고양된 애국주의 열풍과 승리감도 있어서였는지 크게 성공했다. 특히 2악장은 유별나게 인기를 얻어서 여러 형태로 편곡되었고, 초연 무대에서도 앵콜로 연주되었다.

하지만 이 7번이 유독 인기를 많이 얻어 후속작인 8번을 압도하게 되자, 베토벤은 오히려 짜증을 내며 ‘8번이 7번보다 더 훌륭한 작품’ 이라고 출판사에 편지까지 보내 항의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곡은 후에 나오는 9번 합창과 함께 ‘베토벤 교향곡은 홀수번이 명작’이라는 인식을 굳히게 되었다.

4. 추천 음반

The Classic 321
1) 빌헬름 푸르트벵글러(Wilhelm Furtwangler),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943, DG.

교향곡 5번에서도 추천했던 ‘역사적 음반’이다. 5번과 7번이 같이 수록돼 있다. 소위 ‘전시 녹음’으로 불리는 1943년 녹음이다. 요즘의 관점에서 보자면 음질은 보잘 것 없지만, 그래도 이 음반은 소장할 가치가 충분하다. 오케스트라를 몰아가는 엄청난 집중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녹음이다. 느림과 빠름의 대비가 뚜렷하다. 비슷한 연배의 거장인 오토 클렘페러의 EMI 녹음도 ‘역사적인 음반’으로 종종 거론되지만, 전반적으로 템포가 느려서 답답한 느낌을 갖게 한다. 하지만 푸르트벵글러는 다르다. 70년 전의 녹음임에도 출렁거리는 완급 조절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The Classic 322
2) 카를로스 클라이버(Carlos Kleiber),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974, DG.

이 음반도 교향곡 5번에서 추천했던 것이다. 7번에서도 역시 필청 음반이다. 만약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음반으로 처음 구입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선택하길 권한다. 본문에서 수차례 언급했던 7번의 강렬한 리듬을 이만큼 잘 구현하고 있는 연주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는 치밀한 연주 속에서, 이처럼 빼어나게 음악적 흥취를 구현한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연주가 얼마나 많은 공부와 연습 속에서 탄생했을까를 생각하면 잠시 경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특히 3, 4악장이 괄목할 만하다.

The Classic 323
3. 파보 예르비, 도이치 캄머필하모니 브레멘 | 2005년 | RCA

최근의 녹음 중에서는 파보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하모니의 음반이 단연 돋보인다. 베토벤 교향곡 3번 ‘에로이카’에서도 이들의 음반을 추천한 바 있다. 사실은 교향곡 5번에서도 마지막까지 추천을 망설였던 것이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하모니의 음반이었다. 7번에서는 두말없이 권한다.

3번, 5번, 7번 모두 빼어나다. 예르비는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날렵한 연주를 펼쳐낸다.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보여줬던 리듬의 향연을 21세기 버전으로 다시 보여주고 있는 호연이라 할 만하다. 놀라운 스핖드감으로 듣는 이의 몸과 마음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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