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제6번 Op.68 ‘전원’

교향곡 6번 바장조, 작품 번호 68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여섯 번째 교향곡이다. “전원 생활의 추억”이라는 제목의 공연을 위한 곡으로 위촉받아 1808년 여름 동안에 쓴 것으로, 흔히 《전원》(독일어: Pastorale) 혹은 《전원 교향곡》이라는 부제로 가장 많이 알려진다.

베토벤고전주의 교향곡으로는 이례적인 다섯 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3악장부터 제5악장은 연속으로 연주되고, 전 곡 및 각 악장에 묘사적인 표제를 다는 등 베토벤이 완성한 아홉 개의 교향곡 중에서는 합창을 도입한 《9번》과 함께 독특한 외형적 특징을 지닌다.

또한, 철저한 동기 전개를 통한 통일적인 악곡 구성법이라는 점에서 전작 《5번》과 함께 베토벤 작품의 한 궁극을 이룬다.

1. 작품의 배경 및 개요

이 곡은 청각장애가 극심한 39세 때의 작품이다.
인간과의 대화가 어려울 수록 자연에 대한 사랑은 더욱 친밀해지는 것, 5개의 각 악장마다 표제를 붙이고 있으나, 풍경묘사를 넘어서 대자연의 숭고함을 공감하게 한다. 제2악장 “시냇가의 정경” 흐르는 시냇물의 속삭임을 연상케 하는 반주 위에 바이올린이 테마를 제시한다.

새들의 지저귐이 전원의 정경을 한껏 묘사하고 있는데 제 2테마는 햇살 가득한 들의 정취를 그린다. 재현부에서는 밤꾀꼬리 소리(플루트), 메추리소리(오보에), 뻐꾸기소리(클라리넷)가 묘사되고 있다.

베토벤의 걸작 중의 하나인 이 전원 교향곡은 그가 38세 때인 1808년에 작곡하여 그 해 12월 22일에 빈의 데어 안 빈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그는 빈 근교에 있는 하일리겐슈타트에서 귓병으로 1802년 여름에 정양한 일이 있었는데 병에 자신을 잃어 절망한 나머지 비통한 유서를 쓴 일이 있다.

1808년 여름 그는 다시 이곳에서 정양했는데 그 때 자연에서 받은 감명을 작품에 담은 것이 이 전원교향곡이다. 그는 이 작품을 특징 있는 교향곡, 전원생활의 회상이라 이름하였다. 그리고 이것을 듣는 사람의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씌어 있다.

다시 말해서 이 해석은 듣는 사람의 자유에 맡기게 했고 별로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러기에 이 작품은 일종의 회화라기 보다는 오히려 감정의 표현이라는 단정을 내리게 되었다. 그는 자연을 그리려 했으며 그가 귓병으로 고생했을 때는 자연을 사람보다 더 사랑한다고 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 곡은 운명교향곡과 같이 로프코비츠 공작과 라주모프스키 백작에게 헌정되었다.

1) 작곡 시기에 대한 논란

그간 이 교향곡은 5번 교향곡과 같이 작곡되었으며 교향곡 두 곡을 동시에 작업하는 방식이 후속작인 7번과 8번의 동시 작곡 및 말년의 합창 교향곡과 장엄미사의 동시 작곡으로 이어졌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5번과 6번 교향곡의 작곡 시기는 크게 겹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두 교향곡이 동시에 작곡되었다는 주장은 독일의 음악학자 구스타프 노테봄(1817-1882)에 의해 제기되었는데, 노테봄은 6번 교향곡이 1806년경부터 스케치가 시작되고 1807년 여름에 본격적인 작곡이 시작되었으며 1808년 6월에 완정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에 발굴된 베토벤의 스케치북들을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1807년 동안에는 거의 5번 교향곡만 작곡되었고 6번 교향곡은 5번 교향곡이 거의 완성된 1808년에야 본격 작곡이 시작되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6번 교향곡은 1807년 말부터 악상 스케치가 시작되었으며 1808년 초에 작곡에 착수되었고 완성된 시기는 확실치 않으나 대략 1808년 8월~9월 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이 교향곡의 구상은 오히려 4번이나 5번 교향곡보다도 앞선 1803년에 시작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1803년에 사용되었던 베토벤의 스케치 악보였던 “란츠베르크암레크 스케치북”에서 6번 교향곡 주제와 비슷한 악상들이 발견되고 이후 다른 작품들의 스케치북에서도 종종 6번 교향곡의 악상과 비슷한 것들이 발견된다.

물론 이런 단편적인 자료만으로 베토벤이 1807년 이전에 6번 교향곡을 구체적으로 구상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2) 최초의 표제음악?

각 악장의 표제는 최근까지도 베토벤 본인이 직접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의 음악학자인 프랭크 다콘(Frank D’Accone)은 이 표제들이 유스틴 하인리히 크네히트(1752-1817)라는 작곡가가 1785년에 발표한 교향곡 ‘자연의 음악적 초상’의 각 악장에 붙어 있는 표제들과 유사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다콘에 따르면 이 교향곡의 악보 출판 광고가 베토벤이 본 시절에 쓴 초기 작품인 ‘선제후 소나타’ 의 광고와 같이 실렸기 때문에 베토벤이 이 6번 교향곡을 작곡할 때 그 기억을 떠올려 차용했다고 한다. 물론 베토벤은 생전에 딱히 크네히트를 언급한 적이 없으며 크네히트가 당시에도 그리 잘 알려진 작곡가는 아니었기 때문에 실제로 베토벤이 크네히트의 작품에서 힌트를 얻었는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크네히트의 전원 교향곡 역시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단순히 각 악장의 표제만 유사한 것이 아니라 관악기로 새소리나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묘사하기도 하고 폭풍우를 묘사하는 대목에서 특별히 팀파니가 사용되고 있으며 폭풍우가 지나간 후 기쁨과 감사의 의미로 목가적인 분위기의 음악이 이어지는 등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과 유사한 점이 상당히 많다.

때문에 현재는 다콘의 주장이 정설로 굳어지는 분위기이며, 아르모니아 문디(Harmonia Mundi)에서는 베토벤과 크네히트의 전원교향곡을 묶어서 음반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2. 작품의 구성 및 특징

악장 수가 기존의 교향곡과는 다르게 다섯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연주시간은 대략 38~43분 정도로 5번 교향곡에 비해 다소 길다.[3악장부터 5악장까지는 전작인 5번의 3, 4악장과 같이 쉬지 않고 계속 연주된다.

비슷한 시기에 작곡되었음에도 이 교향곡과 5번 교향곡은 여러 측면에서 대조적인데, 5번 교향곡이 마초적인 씩씩함과 강렬함이 돋보인다면 6번 교향곡은 자연을 묘사한 작품 답게 훨씬 서정적이며 폭풍우를 묘사한 짧은 4악장을 제외하고는 자극적인 패시지를 가급적 억제하고 있다. 또한 5번 교향곡이 (당시 기준으로) 각종 실험적인 수법과 치밀한 구성미가 돋보인다면 6번 교향곡은 시각을 자극하는 듯한 효과적인 정경 묘사와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제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F장조 2/4박자는 소나타 형식

      – 시골에 닿았을 때의 유쾌한 감정의 눈뜨임(Awakening of cheerful Feelings upon Arrival in the Country)

서주없이 곧바로 제1주제가 시작된다. 이것은 명랑한 전원을 생각함과 같은 기분이다. 따라서 전원이 밝은 풍경, 다시 말해서 조용하고 평화에 찬 분위기를 여기에 그렸다. 온갖 초목들을 푸르러 무성한데 새들은 지저귀고 미풍은 스쳐, 자연은 정숙하기만 하다.

제1주제는 전체 8마디의 악절 중 앞의 4마디가 생략되어 버린 독특한 유형으로 청자로 하여금 이미 곡의 중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는 시작이다. 제 1바이얼린으로 나타나는 제 2주제는 시원스런 분산화음적 하행을 바탕으로 하되, 전체적으로는 음계적 상행을 보여준다. 발전부는 제 1주제의 세 가지 모티브를 활용하여 이루어지고, 제 2바이얼린과 비올라가 제 1주제를 재현함으로써 재현부가 시작된다. 제 1바이얼린의 카덴차에 이어 코다로 악장을 마친다.

제2악장 Andante molto mosso b장조 12/8박자 소나타형식

      – 시냇가의 정경(情景) (Scene by the Brrok)

시냇가에 자연을 묘사한 가장 놀란만한 표현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반주는 흐르는 물을 연상케 하며 여름날 들에서 들리는 자연의 소리들을 연상케하는 제1테마가 제1바이올린에 의해 제시되는데 자연의 소리를 방불케 한다. 제2테마는 아름다운 들의 정취를 묘사했으며 코다에서는 나이팅게일(Nightingale 밤 꾀꼬리)소리, 메추리 소리, 뻐꾸기 소리들의 정경을 묘사했다.

소나타 형식의 악장으로 <시냇가의 정경>이란 표제가 붙어 있다.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의 흘러내리는 시냇물의 속삭임을 느끼게 하는 3련음의 반주가 악장 전체에 흐르고 있다.

여름 들에서 울리는 자연의 소리를 연상시키는 제1주제가 제1바이올린에 의해 나오는데 이것은 단편적인 것에 그 치고 전체의 정서는 화창한 리듬을 타고 흐르는 하모니로 무르익게 하고 있다. 제2주제는 같은 제1바이올린에 유도되어 아름다운 경치를 그려준다. 얼마 안되어 춤추는 듯한 멜로디가 낮은 음부 에 나타나 시냇물이 한없이 평화에 넘쳐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끝부분에서는 플루트가 꾀꼬리의 소리를, 오보에가 메추리의 소리를 그리고 클라리넷이 뻐꾸기의 소리를 묘사하고 있어 더욱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로망 롤랑은 “새소리의 자연적인 모방이 아니고 이것은 이를테면 자연이 들려주는 가지가지의 노래와 속삭임으로 엮어진 것이고 보면 새소리도 역시 작곡자에게는 이미 소멸된 하나의 세계를 자기의 정신속에 재창조한 일부분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제3악장 Allegro F장조 3/4박자, 트리오는 Bb장조 2/4박자

      – 농부들의 즐거운 모임(Merry Gathering of Country Folk)

3부형식의 스케르쪼 악장이다. 이 악장에 붙은 표제는 <농부들의 즐거운 모임>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도취했던 베토벤의 눈은 농촌의 생활 풍경으로 옮겨지고 있다.

3부로 된 현악기에 나타나는 주제는 지금까지 자연만을 그리고 있던 곡을 바꾸어 시골 사람들의 풍경과 시골 잔치 에서 춤추는 농민들의 모습을 그려 주고 있다. 이것은 소박한 3박자의 무곡이다. 시골 사람들의 즐거움 감정은 차츰 고조된다. 바순의 반주 위에 오보에가 독일 민요에 의한 유쾌한 가락을 독주한다.

트리오는 2/4박자로 변해서 거칠고 기운찬 무도곡을 새로 연주한다. 그리고 다시 처음의 3박자인 스케르쪼로 돌아가 흥분된 기분 속에서 절정을 이룬다.

제4악장 Allegro f단조 4/4박자

      – 천둥 · 폭풍우(Thunderstom)

폭풍우와 우레 소리라는 표제인데 팀파니, 피콜로, 트럼본등으로 된 폭풍의 묘사가 효과적이다. 트레몰로가 폭풍의 경고와도 같이 불안하게 주요 동기로 나타난다. 광야에 몰아치는 푹풍우의 정취를 그대로 나타냈다.

일정한 형식이 없는 일종의 간주곡이다. 표제는 <천둥 · 폭풍우>이다. 낮은 현악기가 트레몰로로 바람을 일으키고, 팀파니의 연타로 천둥이 울린다. 지금까지의 즐거웠던 춤도 자취를 감추고 현의 단편적인 가락이 쓸쓸하게 나타난 다음, 전합주는 치열한 음향속으 로 뛰어든다.

관악기의 울부짖음과 현악기의 트레몰로로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피콜로가 번개와 같이 위협적인 소리를 낸다. 이윽고 바람도 자고 비도 멎으면 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한 가닥 햇살 같은 오보에의 멜로디가 나타난다. 마침내 폭풍우가 사라졌을 때 청아한 플루트의 가벼운 상승 멜로디로 곡은 다음 악장으로 넘어간다.

제5악장 Allegretto F장조 6/8박자

– 목장 사람들의 노래 – 폭풍우 뒤의 기쁘고 감사에 가득찬 감정(Shepherd’s song – Happy and Thankful Feelings after the Storm)

멀리서 양치는 목동들의 피리 소리가 들려 오는데 폭풍우가 지난 뒤에 볼 수 있는 전원 풍경이다. 나중에는 자연과 사람과의 조화된 감정을 생각게 하는 장엄하면서도 숭고한 마지막 악장이다.

목가적인 도입부를 가진 론도 형식의 악장이다. 이 악장에 붙은 표제는 <목동의 노래 – 폭풍우 뒤의 기쁨과 감사 의 기분>이다. 목동의 피리를 연상케 하는 클라리넷의 명쾌한 멜로디가 멀리서 들려온다. 이 도입부는 얼마 안되어 호른에 옮겨진다.

이어서 바이올린으로 제시되는 평화로운 론도의 주제가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호른 등에 의하여 되풀이된다. 현에 의한 제2주제, 클라리넷에 의한 제3주제가 매번 론도 주제를 끼고 나타나서 정규적인 론도 형식으로 힘차고 순수한 기쁨의 노래를 부른다.

그 리하여 곡은 대자연과 인간 사이에 엮어진 조화를 상징하듯 웅대한 코다로서 끝난다. 행복과 감사의 찬미로 절정에 달했던 코다는 차차 열기를 식히며 가라앉아 격조 높게 곡을 마무리한다. 이렇게 해서 자연에 대한 베토벤의 장대한 묘사는 끝을 맺는다.

3. 초연

이 교향곡은 오스트리아 제국의 수도인 빈 시내의 빈 강 곁에 있는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의 1808년 12월 22일 저녁 아카데미(Akademie. 당시에는 연주회를 Akademie라고 지칭함)에서 베토벤이 세계 음악사상 불후의 작곡인 자신의 몇 가지 새 작품들을 모두 자신의 지휘로 선 보일 당시에 함께 초연되었다.

(당시, 이 교향곡은 《교향곡 5번》이라고 되어 있었고, 현재 말하는 《교향곡 5번》이 《교향곡 6번》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1809년에 출판된 파트보에서 두 개의 교향곡은 각각 현재의 장르 일련번호로 변경되었다).

음악 연주회 역사상으로도 손꼽을 유명한 이 아카데미는, 현대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연주시간(4시간 이상)을 기록했다.

4. 추천 음반

1) 브루노 발터, 컬럼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1958년 Sony)

브루노 발터의 말년 녹음으로 1악장과 2악작의 템포가 비교적 빨라서 논란이 되는 음반이지만 오랫동안 6번 교향곡 전원의 필청반이라고 한다. 일부 평론가들은 너무 달려가는 느낌을 지적하기도 하는데, 물결치는 현악기들의 풍성한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녹음 음반은 많지 않다고 한다.

브루노 월터
 브루노 발터 / 컬럼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2) 카를 뵘 /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971/ 도이치그라모폰)

이 음반도 카를 뵘의 말년 녹음반이라고 한다. 4악장의 관악기 연주력이 빈필하모닉 답다는 소위 넘사 수준이라고 한다. 전원의 교과서적인 음반이다. 특히 빈 필하모닉의 연주가 발군의 실력을 뽐내면서 ‘역시 빈 필하모닉’이라는 찬사를 들을만한 연주를 펼쳐 냈다고 한다. 특히 4악장을 주목해서 들어 볼 것을 추천한다.

칼 봄
                         카를 뵘 /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3) 클라우디오 아바도 /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986/ 도이치그라모폰)

비교적 최근의 음반으로 아바도는 두 종의 베토벤 교향곡을 남겨 놓았는데 ‘더클래식’ 책에서는 80년대 도이치 그라모폰반을 더 추천한다.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전원은 온건하다고 한다. 특히 1,2 악장의 여유로움과 3,4악장의 리듬감을 잘 표현한 오래 거닐어도 물리지 않은 전원이라 한다. 3, 4악장의 리듬감에 집중해서 들어보도록 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 /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클라우디오 아바도 /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추천 음반 출처 : 빛나는 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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