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제8번 Op.93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베토벤 교향곡 제8번 Op.93 작품을 듣고 다음과 같이 극찬을 하였다. “다른 곳에서는 도무지 그 예를 찾기 힘들고 비교할 만한 작품조차 없는 가장 예술적으로 가장 완벽한 작품 중 하나이다. 하늘에서 이미 완성된 모습으로 곧 바로 예술가의 마음속으로 떨어져 내려온 곡이다”

베토벤 연구가들은 이 작품을 `베토벤 수집가를 위한 보석’이라 칭하면서 옛 음악을 새롭게 해석해 표현한 곡의 짜임새가 출중하여 베토벤 이전의 고전주의 형식에 대해 고찰한 논문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이 곡은 당시 하이든과 모차르트를 비롯한 모든 고전주의 음악의 총정리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품의 제2악장은 하이든의 알레그레토 악장과 비슷한 분위기이고 제3악장은 고풍스런 고전주의 미뉴에트로 진행되면서 모차르트를 연상케 한다. 베토벤은 낭만주의를 바라보면서 혁명적이고 진취적인 음악적 개혁을 실현하는 와중에서 이와 같이 온고지신을 통해 고전주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었음이 교향곡 제8번에서 극명히 들어난다.

 

1. 작품의 개요 및 배경

베토벤 교향곡은 제7번과 거의 같은 시기인 18l2년 그가 42세 때에 완성하였다.

그 해 그는 몸을 정양하기 위하여 빈 근교에 있는 린츠에서 이 곡을 완성했는데 그의 원숙기에 속하는 작품이다. 그러므로 수법에 있어서나 음악에 깊이가 있다. 흔히 이 교향곡이 소규모로 되어 있다고 해서 소 교향곡이라고도 하지만 고전적으로 압축시킨 그의 음악이 결코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환희와 유머에 찬 경쾌한 맛이 풍겨, 기교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원숙기에 속하는 자신에 찬 명작이다.

이 곡은 베토벤의 9개 교향곡 중 비교적 잘 연주되어지지 않는 곡이지만, 7번 교향곡과 작곡 연대가 비슷하고, 율동적 요소가 강조된 점에서 보면, 7번 교향곡과 연관이 있다 하겠다.

7번 교향곡 중 특히 4악장의 경우, 술을 마시고 작곡한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다고 7번 교향곡에서 설명을 했었는데, 두 곡 다 같이 리듬을 강조해서 썼지만, 7번 교향곡이 외적으로 열광적인 기쁨과 흥분으로 리듬을 강조했다면, 8번 교향곡은 조금 정리되고 밝으며, 작은 규모로 단 시일에 작곡 되어졌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베토벤 교향곡 8번 Op.93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대개 교향곡에서 배치하는 2악장(완서 악장)을 스케르쵸로 처리한 점이다.
대부분의 교향곡들이 느리고 서정적이며, 가요적인 악장을 둘째 악장에 배치하기 마련인데, 이 곡에서는 단순하고 일정한 리듬과, 기계 조작으로 움직이는 오르겔(뮤직박스)처럼, 반복되는 천진스러운 리듬형태를 가지고 있는 스케르쵸를 사용하고 있다.

베토벤은 7번 교향곡의 설명 중에 언급하였던 멜쩰에게, 어느 파티장에서 메트로놈소리의 특성을 살린, <타타타 카논>이란 곡을 작곡해 주었는데, 그 곡을 이 2악장에 사용하였다. 둘째, 3악장에 대부분 배치하던 스케르쵸를 2악장에 사용하고, 3악장에는 사용하지 않던, 미뉴엣을 배치한 점이다.

베토벤 교향곡 중에서, 제1번에 미뉴엣을 사용하고, 그 후로는 스케르쵸로 대체해서 사용하다가, 이 교향곡에서 다시 미뉴엩을 사용한 것이다. 특이한 것은, 1번 교향곡에 나타나는 미뉴엩이 내용적으로 보면, 스케르쵸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이 8번 교향곡에 사용한 미뉴엣은 완전한 형태의 미뉴엣이라 말 할 수 있는 점이다.

 

2. 작품의 구성 및 특징

1812년 7월 테플리츠에서 ‘교향곡 8번’을 구상하여 그 해 10월 동생 결혼식 참석 차 머물던 린츠에서 완성하여 2년 후 2월 비엔나에서 초연을 지휘하였다.1812년은 난청은 심해졌지만 매우 유명해진 베토벤에게 사건도 많고 작품 생산도 많았던 해로, 당시 상류사회 명사들이 많이 모이던 온천 휴양지 테프리츠에서 괴테와 만나 서로 실망하고 헤어진 일도 있었다.

베토벤 보기에 위대한 괴테는 선동가도 못 되고 동료 민주주의자도 아닌 고분고분한 노인, 음악적 딜레탕트일 뿐이었고, 괴테 눈에 베토벤은 능력은 인상적이었지만 언성이 높고 예의가 결여된 젊은이였다.

와중에 베토벤은 시간을 내어 마지막 바이올린 소나타 op.96를 작곡하고 새로운 교향곡 한 쌍을 완성하였으니, 협주곡 황제를 만든 1809년에 착수한 7번과 8번은 그의 5번과 6번 교향곡처럼 짝을 이룬다.

제 1악장 Allegro vivace e con brio 바 장조 3/4

소나타 형식. 가볍고 즐거운 1주제로 갑자기 시작한다. 효과적인 한 마디의 쉼표 후에 바순 반주 위에서 2주제가 바이올린으로 연주된다. 발전부는 1주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재치 있고 유머가 있다. 재현부에 이어지는 코다는 리듬과 쉼표로 교묘한 절정을 이루어낸다. 마지막으로 1주제의 동기가 제시되어, 능숙하게 곡을 마무리한다.

이 악장은 그의 시기의 고전 양식을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세련되고도 유려한 유머로 가득 차 있다.
거의 완전한 소나타 형식이지만 주제의 수는 많고, 제 5, 제 6처럼 하나의 동기를 일관하여 전개하지는 않는다. 제 1주제는 후반이 로코코풍의 꾸밈이 되어 되풀이되자, 경과악구가 이것에 잇는다. 셈을 더하여, 또한 리듬이 세분되어 가서, F, 내림A, D의 화음에 마침하여, 1마디의 게네랄파우제(Generalpause, 모두 쉼) 뒤에 제 2주제가 나타난다.

주목할 점은 형식의 관례로 보아서, 제 2주제가 C장조이어야 하는데, 실제로 F장조에서 한번 단 3도 아래의 D장조로 바슨을 지닌 바이올린에 나타나, 그 뒤 C장조로 목관에 재현하는 것이다. 이 흐르는 것 같은 악형(樂型)은 제1주제의 후반부의 동기에 유래한다.

이어서 현의 낮은음 감7의 분산화음에 의한 부분이 연주되고, 차차로 힘을 더하여 리드미컬한 부주제군이 계속해서 제시부를 마친다. 이 부분의 조는 감7의 화음을 매개로 하여서 자유로이 조바꿈 한다. 또한 이 부분은 제1주제의 동기에 뿌리 둔 것이다.

제2악장 Allegretto scherzando 내림 나 장조

발전부가 없는 소나타 형식. 리듬을 새긴 듯한 음의 진행은 멜첼의 동기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하는데, 앞에서 언급 했듯이 진위 여부는 확실치 않다. 이 음의 진행 위에서 1바이올린이 1주제를 연주한다. 매우 즐거운 악장이다.

상큼하면서도 품위가 있는 귀족적인 취향이 강한 악장이다. 로코코 스타일의 아주 우아한 음악의 범주에 속하는 악장이다. 그야말로 원숙한 대가 베토벤이 아니고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성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음악이다. “이런 종류의 음악의 최고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하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제3악장Tempo di Menuetto 바 장조 3/4

3부 형식. 드물게 스케르초가 아닌 미뉴에트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전후 악장(특히 스케르찬도인 2악장)과의 대비에서 생긴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풍스럽고 우아한 곡이며,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느린 악장은 없다.

전형적인 고전적 형식에 따른 메뉴에토 무곡인데, 이 음악 역시 즐거운 표정과 품격 높은 무도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트리오 부분은 호른의 2중주를 중심으로 여기에 현의 분산화음이 붙고, 클라리넷과 바순이 가담해서 목가적인 느낌을 조성한다.

제4악장 Allegro vivace 바 장조 2/2

소나타 형식. 경쾌하고 즐거운 악장이다. 특히 발전부와 코다가 아주 충실하며, 악장 전체에 품위 있는 유머가 흐르고 있다. 1주제는 아주 빠르게 움직이며 2주제는 따스하고 느긋하다. 악기 용법도 능숙하며 대위법도 충실하다.

베토벤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변칙적인 센 리듬의 선율이 가장 여리게 현에 나타난다. 이 부분이 제2악장의 으뜸 선율과 아주 비슷한 것은 주목할 점이다. 이 선율이 이 악장의 근본 악상으로서, 때때로 다음의 선율이 대칭적으로 끼어져서 론도 형식을 이룬다. 그러나 주제와 조바꿈을 보면, 이 악장은 론도 소나타 형식이다.

악장 전체를 통해서 넘칠 듯한 열정이 오히려 적당히 억제되어서 파탄에 빠지지 않고 정리되어 가는 것은 경탄할 말하다. 여러 곳에서 들리는 3잇단음의 신선함, 이것에 의한 복합 리듬에 의한 클라이막스의 효과, 팀파니와 바순의 기발한 용법 등은 놀랄만큼 독창적이고. 이 비교적 짧은 곡을 베토벤의 대표적 작품의 하나로 만드는 요인이 됐다. 결미부가 전부의 반을 차지한 것도 이 악장의 특징이고, 이 부분에 있어서 로맨틱한 감정을 느낄 수가 있다.

 

3. 초연

베토벤 교향곡 제8번은 1814년 2월 27일에 《교향곡 7번》 등과 함께 빈의 호프부르크 궁전의 무도회장 (Redoutensaal)에서 이루어졌다. 청중들 사이에서는 이 교향곡보다 《7번》이 더 인기를 끌었다고 전해진다.

베토벤은 이 사실에 관하여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청중이 이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이 작품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4. 추천 음반

51YBZ6C0D9L SS500

1) 재치와 풍자와 대담함이 돋보이는 베토벤 교향곡 8번은 특히 고악기 연주 단체의 산뜻하면서도 과격한 연주로 들을 때 그 맛이 더 잘 살아난다.

존 엘리엇 가디너(John Eliot Gardiner)가 지휘하는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의 긴장감 넘치는 음반(Archiv)은 긴장감이 넘친다.

2) 필리프 헤레베헤가 지휘하는 로열 플레미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산뜻한 연주(Pentatone)는 베토벤 교향곡 8번의 고전적이면서도 풍자적인 면을 재치 있게 표현해낸다.

3)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지휘하는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음반(Teldec)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며, 그 밖에 데이비드 진먼과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음반(Arte Nova)도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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